야근할 때 갈아서 한잔씩
요즘 회사에서 야근이 너무 잦아서 제대로 저녁 먹기가 힘들더라구요. 너무 늦게 무거운 밥 먹기도 애매해서 이 선식을 사무실에 갖다놓고 야근할 때마다 한 잔씩 타마시고 있습니다. 보통 저녁 시간에 샌드위치 반쪽이랑 같이 먹거나, 너무 바쁜 날은 이거만 두 컵 정도 마셔요. 그러고 나면 속은 편한데 배가 허하게 고픈 느낌은 확실히 줄어서 일하기 수월해집니다.
맛은 일반 미숫가루보단 조금 더 묵직하고 진한 쪽이에요. 깔끔한 고소함이 먼저 느껴지고, 뒷맛에 살짝 콩 비슷한 구수함이 남는데 그게 오래 가서 뭔가 많이 먹은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. 너무 달콤하지 않아서 야밤에 먹어도 부담이 안 되고, 텀블러에 얼음 조금 넣고 타면 목 넘김도 시원하고 덜 답답합니다. 저는 물이랑 두유를 반반 섞어서 타 먹는데, 이렇게 하면 크리미한 맛이 나면서도 꾸덕하지는 않아서 계속 마시기 좋아요.
가루가 곱게 갈려 있어서 흔들어주면 금방 잘 풀리고, 마시다 보면 밑에 가라앉기는 하는데 컵 한 번만 돌려주면 다시 균일해져요. 아무래도 야근하면 위가 뒤집어지는 느낌이 자주 왔는데, 이거 먹고선 속쓰림이 확 줄었어요. 부전시장에 이런 곡물 다루는 데가 많다고만 알고 있었는데, 이렇게 회사에도 잘 맞는 걸 줄은 몰랐네요. 야근 스트레스에 머리도 잔뜩 빠지는 것 같아서 걱정이었는데, 그냥 기분 탓이라도 두피 챙긴다는 생각 하니까 조금은 위안됩니다. 한 통 거의 다 써가서 이번엔 2.3키로짜리 큰 용량으로 바꿔보려고 합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