회사가 서면 쪽이라 부전시장 지나갈 일이 많거든요. 어느 날 동료가 이거 들고 와서 야근할 때 한 컵씩 타마시길래 궁금해서 같이 나눠 마셔봤어요. 카페에서 먹던 그 단단한 간편식 느낌보다는 훨씬 수수한데, 속이 편안하게 따뜻해지는 그런 맛이었어요. 거기서 마음에 들어서 주말에 일부러 시장 들러서 한 봉지 사왔습니다.

야근할 때는 밥 먹으러 나가기도 애매하고 햄버거 시켜먹자니 죄책감이 올라오잖아요. 그래서 요즘은 컵 큰 거 하나에 이 선식 넉넉하게 타서 마시고 있어요. 물에만 타면 살짝 심심해서 저는 두유 섞어서 부어서 마시는데, 정말 고소하고 진해져요. 입에 넣으면 가루가 고루 잘 풀려서 덩어리 거의 안 남고, 곡물 특유의 구수한 향이 올라옵니다. 씹히는 알갱이가 살짝 있어서 허벅허벅 삼키는 맛도 나요.

한 컵 마시면 배가 꽤 오래 가서, 야근 끝날 때까지 허기짐이 확실히 덜하더라구요. 밤에 너무 무겁게 안 먹으니 속도 편하고 퇴근 후에 눕자마자 속쓰림도 없는 느낌입니다. 가게도 부전시장 안 골목 조금만 들어가면 바로 보여서 찾기 어렵지 않았고, 안 좁은 공간에 곡물 자루들 잔뜩 쌓여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어요. 가까운 직장인들이라면 야근용 비상식량으로 하나 사놓고 돌려 마셔도 좋을 것 같아요. 저도 아마 야근 많은 달에는 꾸준히 찾아가게 될 듯합니다.